#태어난김에살기로 #연연 #농촌일상 #에세이 #블로그에세이 #일상글 #육아맘 #농사일상3 마음같이 안되는 일들 2년 전, 경력단절여성을 위한 창업 교육장에서 나는 처음으로 'AI'라는 단어를 만났다. '챗지피티'를 '챗지티피'라고 발음할 정도로 문외한이었지만, 무언가라도 잡고 싶은 마음에 밤을 새워 공부했다. 민간 자격증이라는 게 정말 의미가 있을까 회의감이 들 때도 있었지만, 배운 게 아까워 악착같이 자격증을 손에 넣었다. 그때의 내 목표는 소박하면서도 절실했다. 블로그에 애드센스를 달아 단돈 얼마라도 수익을 내는 것이 하루 두세시간 투자로 수익이 가능한 일이었다.주부의 삶은 역설적이다. 시간은 많은 것 같은데 정작 '내 시간'은 없다. 더군다나 나는 새벽부터 밭으로 나가야 하는 농부다. 낮에는 살림이 기다리고, 저녁이면 시어머니와 함께 두 세 시간씩 이어지는 긴 저녁 식사를 가진다. 빨리 저녁시간이 끝나야.. 2026. 4. 20. 불공평한일 아이가 하굣길에 숙제가 있다며 투덜댄다.늘 하던 숙제인데, 같은 반 친구는 열외가 됐다는 게 적잖이 억울한 모양이다. 집에 오는 내내 그 이야기다. 한 마디 할 때마다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몸이 조금 불편한 아이라서 그런 거 아니겠냐 했더니, 그러면 쉬어가며 하면 되지 않느냐며 — 이건 차별이란다. 틀린 말도 아니어서 잠깐 할 말을 잃었다.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계속 억울해할 것 같아서 "엄마도 안 해도 되는 숙제를 매일 같이 앉아서 해주지 않느냐, 엄마 입장에서는 억울하지 않겠어?!" 했더니, 그건 엄마니까 당연한 거란다.당연한 것과 당연하지 않은 것의 기준이 자기한테 참 편리하게 나뉘어 있다. 도대체 뭐가 공평이고 뭐가 불공평인지.ㅋㅋ피식 웃다가도, 문득 생각이 길어진다.사실 아이의 말이 완전히 틀린 .. 2026. 4. 16. 프롤로그. 나는 줄곧 투명인간이 되기를 꿈꿔왔다.내가 세상에서 사라질 때,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어떤 흔적도 남지 않기를 바랐다.학창시절 흔치 않은 성씨를 가진 탓에 한 번 불리면 쉽게 각인되는 것이 늘 버거웠고, 타인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서 나는 늘 진땀을 흘리며 이 상황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누군가와 마주 앉아 식사를 하는 시간은 세상에서 가장 고단한 일이었고, 내 마음을 타인에게 말하는 것은 금기된 성역을 침범하는 것과 같았다. 그래서 나는 늘 말을 밖으로 내뱉는 대신 안으로 삼켰다. 내 속에는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무수한 말들이 층층이 그리고 차곡차곡 쌓여만 갔다. 기록을 남기지 않았던 이유는 명확했다.나를 기억할 증거를 남기고 싶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내 안의 저장.. 2026. 4. 1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