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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평한일

by 연연입니다 2026. 4. 16.

아이가 하굣길에 숙제가 있다며 투덜댄다.
늘 하던 숙제인데, 같은 반 친구는 열외가 됐다는 게 적잖이 억울한 모양이다. 집에 오는 내내 그 이야기다. 한 마디 할 때마다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몸이 조금 불편한 아이라서 그런 거 아니겠냐 했더니, 그러면 쉬어가며 하면 되지 않느냐며 — 이건 차별이란다. 틀린 말도 아니어서 잠깐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계속 억울해할 것 같아서
"엄마도 안 해도 되는 숙제를 매일 같이 앉아서 해주지 않느냐, 엄마 입장에서는 억울하지 않겠어?!" 했더니, 그건 엄마니까 당연한 거란다.
당연한 것과 당연하지 않은 것의 기준이 자기한테 참 편리하게 나뉘어 있다. 도대체 뭐가 공평이고 뭐가 불공평인지.ㅋㅋ

피식 웃다가도, 문득 생각이 길어진다.
사실 아이의 말이 완전히 틀린 것도 아니다. 같은 숙제를 누구는 하고 누구는 안 한다는 건, 아이 눈에 분명 이상해 보였을 것이다. 공평함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는 나이니까. 아직 세상이 늘 같은 출발선에 서 있지 않다는 걸 온몸으로 배우기 전이니까.

그 아이에게는 이제 시작이겠지.
혜택인지 차별인지 모를 상황들이, 앞으로도 너와 그 아이 앞에 숱하게 펼쳐질 테니까.
누군가에겐 당연한 배려가, 누군가에겐 불공평으로 보이는 일들. 똑같이 나눠주는 것만이 공평한 게 아니라, 각자 필요한 만큼 주는 것이 진짜 공평일 수 있다는 걸 — 어른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 사실을, 너는 언제쯤 알게 될까.
오늘의 억울함이 씨앗이 되어, 언젠가 다른 누군가의 다름을 이해하는 마음으로 자라길.
엄마는 그냥, 조용히 그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