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줄곧 투명인간이 되기를 꿈꿔왔다.
내가 세상에서 사라질 때,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어떤 흔적도 남지 않기를 바랐다.
학창시절 흔치 않은 성씨를 가진 탓에 한 번 불리면 쉽게 각인되는 것이 늘 버거웠고, 타인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서 나는 늘 진땀을 흘리며 이 상황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누군가와 마주 앉아 식사를 하는 시간은 세상에서 가장 고단한 일이었고, 내 마음을 타인에게 말하는 것은 금기된 성역을 침범하는 것과 같았다. 그래서 나는 늘 말을 밖으로 내뱉는 대신 안으로 삼켰다. 내 속에는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무수한 말들이 층층이 그리고 차곡차곡 쌓여만 갔다.
기록을 남기지 않았던 이유는 명확했다.
나를 기억할 증거를 남기고 싶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내 안의 저장고가 이제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을.
더 이상 쌓아둘 곳이 없어 넘쳐흐르기 시작한 감정들과 말들이 새어나와 어떻게든 처리를 해야했다.
그래서 나는 이제 그동안 꽁꽁 숨겨왔던 문장들을 하나씩 꺼내어 보려 한다. 나를 드러내는 것이 여전히 두렵고 낯설지만,
이 기록은 누군가에게 기억되기 위함이 아니라 오롯이 나 자신을 비워내기 위한 과정이다.
투명해지고 싶었던 사람이, 역설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문장으로 새기기 시작한 이 기록이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나에게는 숨 쉴 구멍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시작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