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작이라고 하면 어떤 생각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유명한 건 알겠는데 어려울 것 같다.'
'한 번쯤 읽어보고 싶은데 어떤 책부터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
저도 노벨문학상이라는 이름 앞에서는 괜히 책이 두꺼워 보이고, 첫 페이지를 넘기기 전부터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 것 같은 느낌을 받곤 합니다.
하지만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작품이 모두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비교적 짧은 소설도 있고,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작가가 던지는 질문에 도착하게 되는 작품도 있습니다.
노벨문학상을 계기로 세계문학에 도전하고 싶다면 처음부터 가장 유명하고 어려운 작품을 고르기보다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첫 작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가운데 비교적 처음 접근하기 좋은 작가 10명과 입문작을 소개합니다.

1. 어니스트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1954년 노벨문학상 수상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를 처음 읽는 사람에게 가장 먼저 추천하고 싶은 작가 중 한 명이 어니스트 헤밍웨이입니다.
대표작 [노인과 바다]는 오랫동안 큰 물고기를 잡지 못한 늙은 어부 산티아고가 거대한 청새치와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입니다.
줄거리만 보면 상당히 단순합니다. 한 노인이 바다로 나가 물고기를 잡는 이야기니까요.
하지만 읽고 나면 '인간은 무엇으로 버티는가', '실패와 패배는 같은 것인가' 같은 질문이 남습니다.
헤밍웨이의 문장은 비교적 간결하기 때문에 고전문학 특유의 긴 문장에 부담을 느끼는 독자에게도 좋습니다.
이런 독자에게 추천
짧은 작품으로 세계문학을 시작하고 싶은 사람, 삶과 도전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
2. 알베르 카뮈 [이방인]
1957년 노벨문학상 수상
"오늘 엄마가 죽었다."
세계문학에서 가장 유명한 첫 문장 가운데 하나로 시작하는 [이방인]은 알베르 카뮈를 처음 만날 때 가장 많이 선택되는 작품입니다.
주인공 뫼르소는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도 사람들이 기대하는 방식으로 슬퍼하지 않습니다. 이후 우연한 사건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재판을 받게 되는데, 사람들은 살인 자체뿐 아니라 그가 사회가 요구하는 감정과 태도를 보여주니 않았다는 사실에도 주목합니다.
분량은 길지 않지만 읽고 나면 생각할 거리가 상당히 많습니다.
'정상적인 감정이란 무엇인가'
'사람들은 왜 타인에게 특정한 방식의 슬픔과 행동을 요구하는가'
철학적 작품이라는 설명 때문에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처음에는 철학을 이해하려고 애쓰기보다 뫼르소라는 인물을 관찰한다는 마음으로 읽어도 충분합니다.
이런 독자에게 추천 :
짧지만 생각할 거리가 많은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
3. 헤르만 헤세 [데미안]
1946년 노벨문학상 수상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청소년기에 읽는 성장소설로 알려져 있지만 오히려 성인이 된 후 다시 읽었을 때 다르게 다가오는 작품입니다.
주인공 싱클레어가 자신의 내면과 세계를 탐색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유명한 문장과 상징이 많아 처음에는 조금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상징을 해석하려고 하기보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중심에 놓고 읽으면 훨씬 편해집니다.
이런 독자에게 추천 :
삶의 방향을 고민하고 있거나 다른 사람의 기준이 아닌 자신의 기준을 찾고 싶은 사람.
4. 존 스타인벡 [생쥐와 인간]
1962년 노벨문학상 수상
두꺼운 고전소설이 부담스럽다면 존 스타인벡의 [생쥐와 인간]을 추천합니다.
대공황시대 미국을 배경으로 조지와 레니라는 두 노동자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두 사람에게는 작은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자신들만의 땅을 가지고 다른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으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소박한 꿈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분량이 비교적 짧고 이야기의 흐름도 분명해서 고전문학 입문용으로 읽기 좋지만, 작품이 남기는 감정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이런 독자에게 추천 :
짧고 몰입도 높은 소설, 우정과 인간의 삶을 다룬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
5.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백 년의 고독]
1982년 노벨문학상 수상
[백년의 고독]은 이 목록에서 가장 쉬운 책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입문 작가로 마르케스를 넣은 이유가 있습니다. 세계문학을 읽는 재미가 무엇인지 강렬하게 보여주는 작가이기 때문입니다.
가상의 마을 마콘도를 배경으로 부엔디아 가분의 여러 세대에 걸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현실적인 사건과 환상적인 사건이 아무렇지도 않게 뒤섞입니다.
다만 비슷한 이름의 인물이 반복해서 등장하기 때문에 처음 읽는다면 가계도를 옆에 두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부터 모든 인물과 사건을 기억하려 하지 말고 마콘도라는 이상한 시계를 여행한다는 느낌으로 읽어보세요.
이런 독자에게 추천 :
판타지적인 분위기와 독특한 세계관, 대를 이어가는 가족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

6. 가즈오 이시구로 [남아 있는 나날]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
현대소설을 좋아한다면 가즈오 이시구로가 좋은 선택입니다. [남아 있는 나날]은 평생을 집사로 살아온 스티븐스가 여행을 떠나면서 자신과 과거를 돌아보는 이야기입니다.
극적인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소설은 아닙니다.
오히려 한 사람이 평생 옳다고 믿었던 선택 드을 천천히 돌아봅니다.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을 하게 됩니다.
'나는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살아왔을까.'
'내가 옳다고 믿었던 선택은 정말 내 선택이었을까.'
이런 독자에게 추천 :
조용한 소설을 좋아한다면 특히 추천합니다.
7. 아니 에르노 [단순한 열정]
2022년 노벨문학상 수상
긴 소설을 읽을 시간이 없다면 아니 에르노의 작품을 추천합니다.
[단순한 열정]은 한 사람을 사랑하고 기다리는 동안 자신의 일상이 어떻게 변화근ㄴ지를 매우 솔직하게 기록한 작품입니다.
소설과 자전적 기록의 경계에 있는 듯한 독특한 글쓰기 때문에 일반적인 장편소설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줍니다.
특히 사랑, 기억, 관계처럼 개인적인 경험을 솔직하게 기록하는 에세이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비교적 편하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이런 독자에게 추천 :
개인적인 경험이 담긴 에세이를 좋아하는 사람.
8. 앨리스 먼로 [디어 라이프]
2013년 노벨문학상 수상
장편소설 한 권을 읽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단편소설부터 시작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앨리스 먼로는 일상에서 벌어지느 작은 사건을 통해 인간관계와 삶의 복잡한 감정을 보여주는 작가입니다.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지 않아도 한 사람의 인생이 얼마나 복잡할 수 있는지를 짧은 이야기 안에 담아냅니다.
한 편씩 나누어 읽을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이런 독자에게 추천 :
긴 소설보다 단편을 좋아하거나 사람의 심리를 관찰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
9.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끝과 시작]
1996년 노벨문학상 수상
노벨문학상이라고 해서 반드시 소설부터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시를 좋아한다면 폴란드 시인 비스와봐 쉼보르스카를 추천합니다.
그녀의 시는 거대한 철학적 질문을 아주 평범한 일상의 언어와 장면에서 끌어냅니다.
시는 정답을 찾아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한 편을 읽고 마음에 걸리는 문장 하나가 남았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하루에 한두 편씩 천천히 읽는 방식도 좋습니다.
이런 독자에게 추천 :
긴 소설보다 짧은 글을 좋아하고 한 문장을 오래 생각하는 독자.
10. 한강 [채식주의자]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
한국 독자에게 가장 친숙하게 시작할 수 있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는 역시 한강입니다.
[채식주의자]는 어느 날 갑자기 고기를 먹지 않겠따고 선언한 영혜와 그녀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폭력, 신체와 자유 등의 문제를 다룹니다.
단순히 '채식을 선택한 사람의 이야기'로 읽기에는 훨씬 복잡한 작품입니다.
문장은 아름답지만 작품의 분위기와 소재는 상당히 강렬하고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 불편함 자체가 작품을 읽는 중요한 경험이 됩니다.
+역사와 개인의 고통이 만나는 작품을 읽고 싶다면 [소년이 온다]
